이 책은 `서울의 명소 1,000곳 둘러보기`, '블루 리본 서베이` 같은 명소, 맛집 소개를 하는 것은 아니다. 건축 전문가의 입장에서 철저히 서울에 위치한 건물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들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서울 여기저기 저자의 발길이 스친 다양한 곳에 대해 저자의 글, 사진,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때로는 애착어린 마음을, 때로는 아쉬움을 내비치는데 건축학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므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종의 건축산문이랄까?
그런데 제목이 왜 하필이면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일까? 왜 '그래도'라는 말이 붙어 있을까.
필자가 오래 머물었다는 바르셀로나와 많은 유수의 도시들에 비해 밀도면에서나, 특징면에서나 여백이 부족한 서울은 건축 전문가로서는 분명히 아쉬움이 많은 곳이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월든'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를 인정해야 하며 그나마 훼손되지 않고 남아있는 자연에 전원주택을 짓는 것이 서울에 삭막하고 빡빡하게 지어진 아파트보다 친환경이 아니라는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지금의 서울 건축물 안에서도 가능한 변화가 필자가 하고픈 말이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의 농도가 꽤 짙어 공감이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 한강 물결위를 지나는 열차노선을 만든다던지, 본인은 흉물로 바라봤던 세운상가의 철거를 반대하는 의견은 단지 '새로운 시각'으로 까지만 여겨졌다. 또한 일련의 아이디어들을 현실화 하는 데에는 검토, 검증이 꽤 필요해 보이기도 하다.
본인역시 평생 서울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와서 이 도시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내년에는 수원으로 이사가게 되었는 데 새로운 도시에 살게 되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니까. 서울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다시 한번 이 곳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 건물에 관심이 있다면-그게 부동산 자산으로서의 관심이더라도-읽어 보기에 더 좋겠다. 또한 필자가 `98년에 촬영한 서울의 여러 곳의 모습을 `11년에 동일한 장소에서 찍어 비교한 페이지가 있는데 길지 않은 시간에 쉴새 없이 변한 이 도시를 실감하는 것도 인상적.
■ 책에 언급된 장소 중 내 눈길을 항상 잡고 설레이게 하는 곳들
학동사거리 맥도날드 (출처 www.ctmong.com)
주말, 한적하게 변하는 테헤란로 카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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