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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공감하면 더 아파지는 아픔들

A TASTE OF INK

by BGK99 2019. 9. 17.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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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질병 치료에 있어 의사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 병명을 진단하고 의약품을 처방하며, 필요한 경우 수술을 하는 정도가 일반적인 치료 방법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이자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이라는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사회역학에서는 질병에 대한 '원인의 원인'을 찾는다. 다시 말해서, 질병에 관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려는 학문인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질병들이 발병한 '원인의 원인'은 사회적 문제에 있고, 의학적 치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므로 사회적인 해결이 필요함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질병의 원인을 사회적 문제에서 찾고자 하는 학문적 노력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를테면 박테리아로 인해서만 질병이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적 토대 위에서 거미줄처럼 다양한 요인에 의해 환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낙태금지, 해고, 위험의 외주화, 성소수자와 같은 요인이 더 많은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반대로 공동체가 잘 형성되어 있는 마을 주민은 심장병 위험이 감소한다는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 역시 소개한다.    

 

결국 사회적 문제로 인한 질병의 근원적 해결은 의학적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며 사회적 해결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참 어려운 이야기 이다. 예를 들어 직업병이 발병하면 의사 또는 학자가 골리앗 대기업에 맞서기 위해 링 위에 올라가서 싸싸워야 한다. 해당 학자에게 너무나 고된 일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정치, 문화적 문제까지 연계된 질병은 어떨까? 의사나 학자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책을 읽다 보니 다양한 질병들이 사회적 문제로 인해 야기되었다는 것에 공감했지만 그럴 수록 더 답답해져만 갔다. 해결책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책에도 정답이 없다. 필자 역시 서문에서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온전한 답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지만, 그 부족함까지도 나누며 함께 답을 찾아가면 좋겠다"고 서술하였다. 사회역학을 통해 밝힌 질병의 근원적 원인, 즉 사회적 문제가 불치병으로 남겨지지 않도록 해당 학문이 계속적으로 발전하고 큰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한다. 

 

 

끝.  [회사 독서토론을 위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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